생명과환경 학보특강
기후변화에 관한 최신 보고와 몇가지 문제들 이필렬
2007년 2월 유엔산하의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에서는 6년만에 새로운 기후변화 보고서를 발표했다. 결론은 기후변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이는 대부분 인간의 활동에 기인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수십년 안에 대규모 재해가 발생하리라는 것이다. 보고서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지구평균기온은 섭씨 0.74도 상승했지만, 지난 수십년간의 상승속도는 100년간의 속도보다 2배나 더 빨라졌다. 그 결과 최근으로 올수록 150여년의 기간 동안 가장 더웠던 해가 밀집해 있는 현상이 벌어진다. 6개의 가장 더웠던 해를 순서대로 나열하면 1998, 2005, 2003, 2002, 2004, 2006년이다.
IPCC에서는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수십년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 벌어지리라고 경고한다. 2050년을 넘기면 늦여름 북극의 얼음이 모두 녹아버릴 수 있고, 이와 더불어 그린랜드를 뒤덮은 얼음이 모두 녹을 경우 해수면이 7미터나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수면은 이미 지난 100년간 약 20센티미터 상승했다. 그런데 이는 해수면 상승의 서장에 불과하고, 이제 북극 일대의 얼음이 본격적으로 녹기 시작하면 해수면의 급속한 상승이 올 것이다. 그린랜드의 얼음이 거의 사라진 일은 이미 125,000년 전에 일어났다. 당시에는 해수면이 4-6미터 가량 상승했다.
이 모든 일이 대부분 인간의 활동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지난 150년 동안 인간이 대기 속으로 뿜어낸 이산화탄소, 메탄, 질소산화물, 염화불화탄소 등에 의해 온난화 효과가 강화된 탓이다. 이들 기체들의 증가시점은 거의 정확하게 산업화가 시작된 시점, 인간이 화석연료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수천년 동안 거의 변함이 없던 이 기체들의 농도는 1800년경부터 상승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30% 이상 증가했다. 모두 에너지소비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것인데, 이러한 증가추세는 막을 수 없으며, 기후변화가 돌이킬 수 없는 단계까지 왔다는 경고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 지점을 넘으면 걷잡을 수 없는 결과가 닥치는 소위 한계점(tipping point) 가까이 도달했기 때문에 이제는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는 등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한탄의 소리도 들린다. 미래에 대한 어두운 그림이 자꾸 모습을 드러내려 하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가 아직도 인간에 의해서 유발되는 것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인간이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들도 물론 지구의 평균기온이 상승한다는 것은 인정한다. 측정을 통해서 확인된 객관적인 사실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역적으로, 계절적으로 기온이 대단히 이상하게 춤추는 일이 벌어지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2003년 여름에 유럽에서 3주 이상 지속된 이상고온으로 수만명이 사망하는 사태도 벌어졌고, 유럽의 여름이 그전에 비해 현저하게 더워져서 2006년 여름 독일에서 월드컵이 열릴 때의 날씨가 비정상적으로 더웠고, 2006년 가을 유럽의 날씨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운 가을이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간혹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해체 위기에 처했으며, 이에 따라 투발루 정부에서는 급기야 전 국민을 이웃 여러 나라로 분산해서 이민을 보내기로 결정하고 해마다 뉴질랜드, 통가, 오스트레일리아 등지로 국민들을 내보내고 있다는 것도 대부분 사실도 인정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후변화가 인간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면, 어떤 근거에 의한 것인가?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기후변화는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말한다. 기후란 원래 변동이 잦은 것인데, 100년간 기껏해야 1도도 채 올라가지 않은 상황에 대해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떠느냐는 것이다. 이들은 기후변화가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말한다. 지구의 절반이 빙하로 덮인 적도 있고, 시베리아나 몽골이 그곳에서 공룡이나 대형 코끼리뼈가 서식할 정도로 더웠던 적이 있듯이 지구 기온이란 원래 변동이 심하다는 것이 이들이 내세우는 기후변화 자연발생설의 근거이다.
물론 이러한 믿음을 가진 사람은 전세계에서 소수에 불과하다. 석유메이저의 연구비를 받는 사람들, 극단적으로 세계의 미래를 낙관하는 보수주의자들 등이 여기에 속하는데, 이들의 핵심세력은 대부분 미국에 존재한다. 미국 밖에서는 이들의 추종자들이 기후변화 자연발생설을 옹호하고 있고, 한국에도 꽤 많은 추종자들이 존재한다. 석유를 많이 생산하고 팔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중동 지역을 제외하면 아마 한국에 가장 많은 자연발생론자들이 몰려있을 것 같다. 기후변화 이야기만 나오면 그거 과학적으로 근거있는 이야기냐는 점잖은 반응부터, 미국 같은 나라도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으니 미국을 믿어야 하지 않겠냐는 미국맹신 반응, 그리고 기후변화 담론이란 것이 한국같은 후발 산업국을 내리누르기 위한 선진 산업국들의 압력도구라는 꽤 그럴듯한 음모론까지 기후변화를 무시하려는 다양한 설(U)들이 튀어나오는 곳이 한국이다. 어떤 에너지 전문가는 전세계의 개미가 내뿜는 메탄이 인간이 내놓는 온실가스보다 더 많다는, 과학적으로 터무니없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전세계의 개미를 다 합하면 그 무게나 부피가 전세계 인간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 개미 연구자들의 정설이다. 개미는 지구상에 아주 오래 전에 등장해서 끈질기게 살아남아 번식한 대단히 생명력이 강한 동물이다. 그런데 개미가 모두 온실가스를 뿜어대는 것은 아니다. 개미라고 이름붙여진 것 중에서 온실가스인 메탄을 내놓는 개미는 흰개미이다. 그런데 흰개미는 사실 개미 종에 속하지 않고, 바퀴벌레와 친척관계가 있는 동물이다. 미국의 주택소유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동물은 흰개미이다. 흰개미는 소와 마찬가지로 온갖 종류의 셀룰로즈를 먹어치워 소화시킨다. 그러므로 미국의 경량 목조주택도 흰개미의 공격대상이 될 수 밖에 없고, 흰개미의 습격을 받은 주택은 거의 형체없이 무너져버리기 때문에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소는 셀룰로즈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메탄가스를 내뿜는다. 마찬가지로 흰개미도 나무를 먹어치우면서 메탄가스를 내뿜는다. 이러한 흰개미가 전세계 곳곳에 수없이 존재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한다면 메탄가스의 농도가 꽤 유의미하게 증가하겠지만, 흰개미는 전체 개미의 수와 비교하면 무시할 만큼 적다. 그러므로 흰개미가 내놓는 메탄가스의 양도 소 등이 내뿜는 메탄가스에 비하면 아주 적다. 흰개미가 기후변화에 기여한다는 주장은 우스개소리에 불과한 것이다.
기후변화 자연발생설자들이 내놓는 근거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것은 태양활동 변화론이다. 태양의 활동이 활발하면 지구 기온이 올라가고 주춤하면 당연히 떨어진다. 그런데 지금,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바로 이 시점이 태양 활동이 활발한 시기라는 것이 그들의 기후변화 자연발생설의 유력한 논거이다. 만일 이들의 주장대로 기후변화가 태양의 활동과 같은 자연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기후변화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이 무의미해진다.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자연발생설자들의 주장이 정말 타당하다면 지속적인 기온상승을 뒷받침하기 위해 태양의 활동이 계속 활발해져야 하고, 그 활동이 장기간에 걸친 관측과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렇지만 기후학자들은 태양활동 변화에 의한 기온상승론의 타당성을 조금 인정할 뿐이다. 기후학자들이 지난 100여년 간의 지구평균기온이 어떤 영향에 의해서 상승한 것인지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연구한 바에 따르면, 태양활동의 영향이 약 30%, 인간활동의 영향이 약 70%쯤 되는 것으로 나왔다. 최근의 기온상승을 유발한 주된 요인은 태양의 활동과 같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인간이 내뿜는 온실가스라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화석연료를 가지고 사업하는 기업체들이다. 특히 세계 최대의 석유자본 엑손-모빌(Exxon-Mobil)은 화석연료 사용이 기후변화를 유발한다는 견해를 상당히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서 인정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1999년의 연례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의 결과를 보여주는 시나리오가 사변적인 가정과 증명되지 않은 모델에 의한 것라고 비난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현재의 과학적 이해가 화석연료의 강제적 사용제한을 뒷받침해 주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엑손모빌은 그러므로 기후변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연구가 아직 더욱 많이 쌓여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결국 복잡한 기후변화 현상을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으로 돌리기는 아직 시기상조이고, 따라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 때이른 것이라는 점이 엑손모빌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이는 석유를 많이 팔아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최선의 것이라 할 수 있다. 기후변화를 부정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인간이 기후변화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정하면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손을 들어주는 셈이 되기 때문에 기업활동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 인류가 기후변화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아직 더 많은 연구를 해서 충분한 이해가 가능할 때에 대응방법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그들이 사업할 수 있는 기간을 가능한 한 늘리려는 것이다. 엑손모빌은 당연히 기후변화에 관한 교토의정서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아주 복잡한 원인을 지닌 기후변화를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해결하려는 시도가 너무 단순하다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이론에 대한 비판이 아무리 끈질기게 전개된다 하더라도, 국제연합의 기치아래 모인 전세계의 많은 기상학자들은 인간의 활동이 기후변화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해가 갈수록 강조하고 있다. IPCC에서는 몇 년에 한번씩 기후 자료를 종합하여 기후변화에 관한 진단을 내린다. 이 기구의 1996년 보고서에는 “여러 증거를 검토했을 때 인간의 활동이 지구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하다”고 나와 있다. 5년 후인 2001년 보고서에는 “지난 50년 동안 관찰된 지구온난화 현상 대부분은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으로 간주된다“라고 더 강하게 표현되어 있다. 2007년 초의 보고서에는 ”20세기 중엽 이래 관측된 대부분의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은 인간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농도의 상승에 기인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Most of the observed increase in globally averaged temperatures since the mid-20th century? is very likely due to the observed increase in anthropogenic greenhouse gas? concentrations)라고? 정확하게 지적되어 있다.
전세계 대부분의 기상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믿을 것인가, 아니면 엑슨모빌 같은 석유자본과 소수의 기후학자들의 주장을 믿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단순하게 1860대 이후의 세계 평균기온의 변화와 이산화탄소 농도의 변화를 비교해 봐도 기후변화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인간이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한 1860년대부터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 증가하고 있고, 평균기온도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150년 이상 이산화탄소 농도와 지구평균기온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적이 없다.
150년 전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280ppm이었다. 100만개의 공기알갱이 중에서 280개가 이산화탄소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2000년에는 이 알갱이의 수가 370개로 증가했다. 32% 이상 증가한 것이다. 그동안 지구평균 기온은 거의 섭씨 1도 가량 상승했다. 이산화탄소의 농도만 증가한 것이 아니다. 다른 온실가스도 크게 증가했는데, 이산화탄소보다 20여배나 강한 온실가스인 메탄은 산업화 이전의 농도는 700ppb였지만, 2000년에는 농도가 그 2.5배인 1753ppb로 증가했다. 이에 더해서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4600배나 더 높은 염화불화탄소 계열 화합물은 산업화 이전에는 전혀 없었지만 2000년에는 265ppt로 증가했다. 이러한 온실가스의 지속적인 증가와 수천년 동안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지속적인 기온상승이 상관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비상식적인 태도일 것이다.
대부분의 기후학자들은 인류가 지금과 같이 온실가스를 계속 내뿜는다면 기후변화가 점점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 100년 후에는 지구평균기온이 최대 섭씨 6.4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04년 초에 발표된 미국 국방부의 보고서(펜타곤 보고서)는 20년만 지나면 벌써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다. 펜타곤보고서는 기후변화가 가져올 자연적인 재앙이 국제정치, 군사, 경제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에 대해 분석한 연구이다. 여기서는 기후변화가 세계 식량생산을 크게 감소시키고, 세계의 화석에너지 생산 인프라를 혼란에 빠뜨림으로써 에너지확보를 어렵게 만들고, 각종 기상재해를 불러와서 깨끗한 식수의 확보도 어렵게 만든다고 예측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국제적인 분쟁, 더 나아가서 전쟁으로 나타날 것으로 분석한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핵무기 개발능력이 있는 한국과 북한 같은 국가들은 식량, 에너지, 물을 확보하기 위해 실제 핵무기를 보유하고 사용할지도 모르게 된다는 것이 보고서의 또 다른 예측이다.
기후변화가 자연현상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별로 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기후변화의 엄청난 결과를 속수무책으로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기후변화가 정말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내버려 두는 것은 파멸로 것인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기후변화가 인간활동에 의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개인들이 가능하면 적게 화석에너지를 사용하고, 국가적으로는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여 화석연료 사용을 억제하는 등 개인의 차원과 국가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산업체에서는 에너지를 적게 쓰는 생산방식으로 개발해야 하고, 새로운 에너지 기술을 개발하는 노력도 펼쳐야 한다.
궁극적으로 기후변화는 생태적인 삶을 통해서 극복될 수 있다. 생태적인 삶으로 우리 삶을 바꾸어나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기후변화 극복 방법이다. 그런데 지금 기후변화가 너무 진행되었기 때문에 어떤 노력도 소용없다고 하더라도 생태적인 삶은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현재 많은 사람들이 영위하는 비생태적인 삶은 기후변화로 인해 커다란 기상이변이 닥치면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는 삶, 많은 양의 물을 수도관을 통해서 공급받는 삶, 식량을 전부 사다먹는 삶은 이러한 필수품들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는 것이다